
여러분 모두 길을 걷다가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고 당황한 경험이 한번씩 있을 터입니다.
학교/직장에 갔더니 비슷한 옷을 입은 친구/동료가 있어 커플이냐며 짓궂게 놀림을 당한 경험도 있었을 테구요.
또한 중고등학교 시절 하나같이 교복을 입고 있었기에, 비슷하게 생긴 친구에게 잘못 인사하는 경우도 있었겠지요.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우리가 기성품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기성품은 말 그대로 이미 개발이 완료되어 생산이 되는 제품입니다.
디자인도, 재질도, 생산방식도 동일하게 생산되어 여러분 앞에 배달됩니다.
19세기 산업혁명이 현재 우리의 삶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부분이 아마도 이 기성품이 아닐까 합니다.
지난 산업혁명을 정의하는 가장 대표적인 문구가 ‘대량 생산’ 이니까요.

산업혁명 이후, 기성품은 우리의 삶에 전방위적으로 침투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워낙 다양한 브랜드에서 다양한 제품을 다양한 디자인·형태로 만들다보니 기성품이라도 쉽사리 같은 모양새를 찾기 어렵지만, 앞서 말한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마주치는 상황이 비단 남의 일인 것은 아닙니다.
인테리어 업계 또한 대부분의 마감재를 기성품으로 시공합니다.
그 기성품을 얼마나 현장에 알맞게, 고객의 니즈에 맞춰 사용하느냐가 중요하지요.
타일은 특히나 기성품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디자인휴가도 그렇고, 고객 분들도 그렇고, 유명 타일 업체의 디자인과 색감을 보고 타일이 사용되는 공간의의 전체적인 디자인 방향을 정하는 편이지요.
그래서 타일을 사용한 공간의 컨셉은 마감재인 타일이 대부분 결정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사실 산업혁명 시대의 모더니즘을, 그리고 당대의 건축을 선도한 교육기관이 사실은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을 고집하는 집단이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당대 최고의 건축가들을 발굴한 바우하우스가 그렇습니다.
바우하우스는 당시 기계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놀라운 경제적 성장을 이룩한 독일에 위치한 교육기관이었음에도 현저하게 표현주의적이었고, 문학적이었고, 무엇보다 수공예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발터 그로피우스, 미스 반데로에 등 바우하우스로 대표되는 건축가들은 기성품이 난무하는 근대기에 건축 마이스터(Meister, 장인)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근대기 건축의 디자인을 획일적으로 만드는데 큰 영향을 준 기성품을 사용하였음에도 남들과 다른 뛰어난 작품을 다수 남긴 마이스터 건축가처럼, 남들보다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시공하는 과정은 분명 기성품을 사용함에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특히 졸리컷이라고 부르는 과정은 특히나 장인의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일은 우리가 인지하기에 1차원적인 면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당연하게도 부피가 있는 3차원적인 재료입니다.
그래서 타일과 타일을 수평이 아니라 일정 이상의 각도로 붙이려면 타일의 얇은 면이 보이게 되고, 코너비드라는 제품을 사용하여 접합부분을 안보이게 하는게 일반적인 시공방법입니다.

하지만 졸리컷 시공은 접합 부분의 얇은 면을 45도, 혹은 맞추려는 마감 부분의 각도에 따라 깎아내어 접합 부분의 빈 공간을 최소화하는 작업입니다. 졸리컷 시공은 타일과 타일 사이에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 이질감 없이 깔끔한 마감이 가능합니다.

졸리컷은 얇은 타일을 세심하게 깎아내는 과정이기에 순간의 실수만으로도 타일이 깨지거나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깎여 타일을 버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비록 최근 기술이 좋아져 깎아내는 과정에서 버리는 타일이 많이 줄어들게 되었지만, 여전히 품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디자인 휴가는 뛰어난 작품을 남기는 것은 결국 공장 생산된 기성품이 아니라, 장인의 손길이라는 것을 늘 마음에 새기며 졸리컷을 준비합니다.

고등학교 때 우리는 같은 교복을 입고 있음에도 그 위에 덧입는 후드티나 패딩, 바지나 치마의 폭과 길이 등 세세한 부분에서라도 남들과 다름을 추구해 왔습니다.
비록 기성품을 입고 있더라도, 나만의 개성을 표출하고자 하는 욕구를 디테일한 부분에서라도 나타낸 것이겠지요. 분명 인테리어도 기성제품을 사용한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디자인 휴가는 세세한 부분에서라도, 남들과 다른 인테리어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합니다.
그것이 여러분이 원하는 것이라면요.
그럼 오늘도 푹 쉬세요. 집에서-